주송현(반포잠원교육지원센터 센터장)
2025년 7월, 전 세계가 기후 재난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은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우리 삶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위기 속에서 예술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생태 예술(Eco Art)'은 자연과 환경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며,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기합니다.
■ 생태 예술이란 무엇인가?
생태 예술은 환경 보호, 생태계 복원, 지속 가능한 삶 등 생태적 가치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예술 장르를 포괄합니다.
이는 단순히 자연을 소재로 삼는 것을 넘어, 예술적 행위 자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관객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비판적 사유와 행동을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생태 예술은 설치 미술, 퍼포먼스,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종종 과학, 사회학, 철학 등 다른 학문 분야와도 적극적으로 교류합니다.
■ 생태 예술, 기후위기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생태 예술은 기후위기 시대에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1.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무엇인가?
우리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나 무한한 자원의 보고로 여기고 있진 않은가요?
생태 예술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상기시키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공존의 길을 모색하게 합니다.
2. 우리의 소비 방식은 지속 가능한가?
과도한 생산과 소비는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생태 예술은 우리의 물질주의적 욕망과 소비 패턴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며,
절제와 순환의 가치를 일깨웁니다.
3. 미래 세대에게 어떤 지구를 물려줄 것인가?
현재의 무책임한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우리는 과연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까요?
생태 예술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미래를 위한 현재의 행동을 촉구합니다.
4. 개인의 행동이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
거대한 기후위기 앞에서 개인의 노력이 무력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 예술은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개인의 참여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 생태 예술 주요 사례
1.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감각을 통한 기후위기 인식의 전환
덴마크-아이슬란드 출신의 아티스트 올라퍼 엘리아슨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공공 설치 작품 《Ice Watch, 2018》을 선보였습니다.
테이트모던 앞의 24개의 빙하조각들 © Olafur eliasson
누프 항구의 아이스 로딩작업 © Olafur eliasson
그는 그린란드에서 가져온 약 100톤의 빙하 조각 30개를 런던 테이트 모던 앞과 블룸버그 본사 앞에 전시했습니다.
2018년 12월 11일, 국제기후변화협약(COP24) 개막일에 맞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빙하가 기후 조건에 따라 모두 녹을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올라퍼는 관람객이 빙하를 직접 만지고, 보고, 느끼며 기후 변화의 실체를 체험하길 바랐습니다.
이는 개인과 사회가 '지식'에서 '행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아이스와치를 체험하러 온 관객과 날이 갈수록 녹아 작아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빙하 조각들 © Olafur eliasson
관람객들은 빙하를 만지고 맛보며 적극적으로 체험에 참여했고,
이는 기후 위기에 대한 몰입과 공감을 유도하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지질학자 미닉 로싱(Minik Rosing)과의 협력을 통해 이 작업은 기후 변화의 과학적 사실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이제 우리는 이 변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막을 힘을 갖게 되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메시지를 넘어,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이슈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실질적 행동의 촉매가 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줍니다.
2. 볼프강 라이프(Wolfgang Laib): 수행적 태도로 생명의 순환을 탐구
독일 출신의 개념미술가 볼프강 라이프는 자연에서 채집한 꽃가루, 밀랍, 쌀, 우유, 대리석 등
유기적인 재료를 통해 생명의 순환과 영성,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 세계를 펼쳐왔습니다.
의학을 전공하던 중 인도에서의 체류 경험과 동양 철학에 대한 깊은 매혹을 계기로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그는,
이후 그의 작업이 수행과 명상의 태도를 띠는 예술로 발전했습니다.
Wolfgang Laib, Pollen from Hazelnut, 1992, Installation view: Centre Pompidou, Paris, 1992 © Wolfgang Laib
좌) Wolfgang Laib, Milkstone. Marble and milk. Courtesy of MoMA. http://www.moma.org/explore/multimedia/videos/253/1251
우) Wolfgang Laib, Unlimited Ocean. 2011. Installation view of Gwangju Biennale at Mugak-sa temple.
Over 20,000 piles of rice and 9 piles of pollen. Courtesy of the aritst. Photo ⓒ Gwangju biennale.
대표작인 ‘꽃가루 연작(Pollen Field)’은 독일 자택 주변 들판에서 수개월간 꽃가루를 손수 채집한 뒤
전시장 바닥에 체로 뿌려 설치한 작업으로, ‘생명’, ‘창조’, ‘시작’의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쌀을 반복적으로 배열한 ‘라이스 필드(Rice Field)’, 밀랍으로 만든 ‘침묵의 탑(Towers of Silence)’,
우유를 대리석 위에 붓는 ‘우유돌(Milkstone)’ 등의 작품을 통해
물질성과 비물질성, 즉각성과 영원성 사이를 사유하는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그의 작업은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도교 등 동양의 종교와 철학뿐만 아니라,
중세 유럽의 신비주의로부터도 영향을 받아 물질과 정신이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다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시각화합니다.
"내 종교는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예술을 통해 삶의 정수와 내면의 평화를 발견하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볼프강 라이프의 작품은 시각적 강렬함을 넘어서 감각과 사유,
침묵과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을 던지는 현대 예술의 성찰적 지점을 제시합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이 얼음과 빛을 통해 감각의 문을 열고,
볼프강 라이프가 꽃가루와 쌀, 밀랍으로 고요한 사유의 공간을 펼쳐 보이듯,
생태 예술은 우리 삶의 주변부에 머물던 자연을 다시 중심에 놓습니다.
이는 단지 예술로서의 제안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되묻는 정서적·윤리적 질문입니다.
예술은 언제나 시대의 감각을 앞서 포착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감각을 통해 다시 한번 세상의 숨결을 듣고, 삶의 방향을 성찰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실천이, 거대한 계획보다 깨어 있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예술은 감상에 머물지 않고 행동을 일으킬 때 비로소 우리 삶을 변화시킬 힘을 가집니다.
우리가 예술이 던지는 질문에 응답하고, 그 감각을 일상의 태도와 실천으로 확장시킨다면,
예술은 더 이상 전시장에 박제되지 않고,
기후 환경을 위한 창의적 개입과 변화의 언어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Maria Reading(ecological artist), A broken sandal found in Hawaii. ©vice
생태 예술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