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송현 (반포잠원교육지원센터 센터장)
<라스코 동굴벽화, 사진 출처: 나무위키>
저는 수업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늘 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이들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내 생각에 잠깁니다.
그렇게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예술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만 저 역시 어느 날 문득 저만의 정의를 찾아낸 적이 있습니다.
몇 해 전 마음이 유난히 무겁던 시기, 홀로 찾은 미술관에서 뜻밖의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예술은 쓸모없는 것으로 쓸모를 만든다.”
예술가의 작업실을 방문할 때면 가끔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걸로 뭘 하려는 거지?” 그런데 미술관에서 마주한 어떤 작품이 제 마음을 건드렸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감정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예술은 인간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형언할 수 없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요.
<주송현 제작, Adobe Firefly 사용 >
AI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는 요즘, 이 말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효율과 정답을 빠르게 도출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정답이 없는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힘을 지녀야 합니다.
질문하는 능력은 그 무엇보다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힘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모르는 것이 생기면 너무 쉽게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합니다.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질문을 오래 붙들고 씨름하는 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익숙한 정보만 보여주고, 점점 우리는 편향된 정보의 울타리 안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시각은 줄어들고, 생각의 깊이도 얕아지기 쉽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의 힘이 빛납니다. 예술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 장면은 왜 나를 울컥하게 할까?”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이처럼 예술은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수많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리 각자가 스스로 답을 찾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화예술교육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사람으로서의 감각과 통찰, 그리고 상상력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술은 문제를 정의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AI는 주어진 문제에 답을 잘하지만, 그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어떤 질문을 던질지를 정하는 건 인간의 몫입니다.
또한 예술은 윤리적 판단을 훈련합니다.
문학이나 영화 속 딜레마를 마주하면서, 우리는 ‘옳고 그름’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복잡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웁니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감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됩니다.
무엇보다 예술은 공감 능력을 키웁니다.
소설 속 인물의 감정을 이입해보고, 무용이나 음악을 통해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느껴보는 경험은 AI가 따라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술은 실험하고 도전하는 용기를 줍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낯선 것을 시도해보는 태도. 바로 그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창의성의 출발점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질문하는 인간’, ‘상상하는 인간’, 그리고 ‘공감하는 인간’이 필요한 지금,
예술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주송현 제작, Copilot 사용 >
기술은 분명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고, 많은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를 묻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출발에는 언제나 '예술'이 있습니다.